들어가며.
특허는 '새로운 것'에만 부여된다. 이미 공개된 기술, 등록된 특허, 발표된 논문이 존재하면 신규성이 없어 등록이 거절된다. 창업자가 아무리 독창적이라고 확신해도 특허청 심사관은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확신과 데이터 사이의 간극이 거절결정으로 돌아온다.
선행기술 조사는 단순히 '이미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다. 내 기술의 독창적인 부분이 어디인지, 경쟁사는 어떤 방향으로 특허를 쌓고 있는지, 청구항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전략 행위다.
조사를 건너뛰면 세 가지 위험이 생긴다. 첫째,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출원해 비용을 낭비한다. 둘째, 경쟁사 특허를 침해한 채로 제품을 출시해 분쟁에 휘말린다. 셋째, 정작 보호해야 할 핵심 부분을 청구항에 담지 못한 채 출원한다. 세 가지 모두 초기 창업팀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다.
02
선행기술 조사에 쓰는 주요 데이터베이스는 모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 각 도구마다 커버하는 국가 범위, 검색 편의성, 원문 열람 방식이 다르다. 한 곳에서만 검색하면 누락이 생긴다. 최소 두 곳 이상을 병행해야 한다.
| 도구명 | 운영 기관 | 커버 범위 | 무료 여부 | 특징 |
|---|
| 키프리스(KIPRIS) | 한국특허정보원 | 한국·일부 해외 | 무료 | 한국어 검색에 최적화. 국내 등록·공개 특허 전수 열람 가능 |
| 구글 특허(Google Patents) | Google | 100개국 이상 | 무료 | 자연어 검색 지원. 번역 기능으로 외국어 특허 접근 용이 |
| 에스파스넷(Espacenet) | 유럽특허청(EPO) | 150개국 이상 | 무료 | 유럽·PCT 출원 중심. 패밀리 특허 추적에 강함 |
| J-PlatPat | 일본특허청(JPO) | 일본 | 무료 | 일본어 특허 원문 조회. 영문 초록 제공 |
| USPTO 풀텍스트 DB | 미국특허상표청 | 미국 | 무료 | 미국 등록·공개 특허 전수. 분류코드 기반 검색 강점 |
국내 출원만 목표라도 구글 특허와 키프리스를 함께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Espacenet을 추가해 PCT 출원 현황까지 확인해야 한다. 특허 분류코드(IPC, CPC)를 활용하면 키워드 검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03
조사를 처음 해보는 창업자는 체계 없이 검색어만 넣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순서를 따르면 누락을 줄이고 결과를 문서화할 수 있다.
- 기술을 한 줄로 정의한다. '무엇을 어떻게 구현하는가'를 동사·명사 중심으로 30자 이내로 압축한다. 이 한 줄이 검색어의 뼈대가 된다.
- 핵심 키워드 3~5개를 추출한다. 기술 용어·소재·방법·적용 분야 각 차원에서 한 개씩 뽑는다. 동의어·유사어도 미리 목록화한다.
- 키프리스에서 한국어 키워드로 1차 검색한다. 결과 상위 30건의 제목과 요약을 훑고, 유사해 보이는 건은 청구항 전문을 읽는다.
- 구글 특허에서 영어 키워드로 2차 검색한다. 해외 선행기술과 PCT 출원을 확인한다. 특허 분류코드(CPC)가 나오면 해당 코드로 추가 검색한다.
- 조사 결과를 표로 정리한다. 특허번호·출원인·출원일·청구항 핵심 내용·내 기술과의 차이점을 한 행에 담는다. 이 표가 특허사무소 첫 상담에서 제출할 선행기술 조사 보고서의 기초가 된다.
5단계를 완료하는 데 통상 4~8시간이 걸린다. 기술 분야가 복잡하거나 선행 특허 수가 많으면 이틀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낫다. 피로한 상태에서 청구항을 읽으면 유사성을 놓친다.
04
실수는 대부분 두 가지 원인에서 나온다. 검색 범위를 너무 좁게 잡는 것과, 조사 결과를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유형별 대처법을 확인한다.
| 실수 유형 | 구체적 상황 | 대처 방법 |
|---|
| 키워드 고집 | 내 기술에 쓰는 용어로만 검색해 다른 표현의 선행기술을 놓침 | 동의어·상위 개념어·영어 병행 검색 |
| 국내 검색만 실시 | 키프리스만 확인하고 해외 출원 누락 | 구글 특허·Espacenet 병행 필수 |
| 등록 특허만 확인 | 거절·취하된 공개 특허는 조사 안 함. 공개된 순간 신규성 파괴 효력 발생 | 공개 특허와 등록 특허 모두 검색 |
| 청구항 미독 | 제목·요약만 보고 '다르다'고 판단. 청구항 범위가 훨씬 넓음 | 관련 특허는 청구항 1항 반드시 정독 |
| 비특허 문헌 무시 | 논문·기술보고서·오픈소스 공개물도 선행기술에 해당 | Google Scholar·arXiv 추가 검색 |
| 결과 문서화 생략 | 검색 후 기록 없이 '없는 것 같다'로 마무리 | 발견 특허 목록을 표로 저장 후 특허사무소 공유 |
특허 심사관은 출원인이 조사하지 않은 선행기술을 찾아낸다. '내가 못 찾았다'는 것이 '없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조사의 목적은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지, '없다'는 확신을 얻는 것이 아니다.
05
아래 항목을 모두 완료했을 때 특허사무소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체크가 안 된 항목이 있으면 해당 조사를 먼저 보완한다.
- 내 기술의 핵심 동작 원리를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 한국어 키워드 3개 이상을 목록화했다.
- 영어 키워드 3개 이상을 목록화했다.
- 키프리스에서 관련 특허 20건 이상을 검토했다.
- 구글 특허에서 영어 키워드로 검색해 해외 선행기술을 확인했다.
- 검색된 특허 중 유사 건의 청구항 1항을 전문 읽었다.
- 비특허 문헌(논문·기술보고서)을 최소 1개 DB에서 검색했다.
- 조사 결과를 특허번호·출원인·청구항 요약·차이점 포함 표로 정리했다.
- 내 기술과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의 차이점을 2~3줄로 서술했다.
- 조사 결과 문서를 특허사무소 첫 상담 전에 준비해 두었다.
10개 항목 중 7개 이상이 완료된 상태에서 변리사와 상담하면 상담 시간이 줄고 출원 전략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창업자가 조사한 내용이 많을수록 변리사는 청구항 작성에 집중할 수 있다.
정리.
Q. 선행기술이 발견되면 특허 출원을 포기해야 하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선행기술이 내 기술 전체를 커버하는 경우에만 신규성이 부정된다. 선행기술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 차이점을 청구항에 명확히 담아 출원할 수 있다. 조사의 목적은 포기가 아니라 '어디서 차별화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Q. 창업자가 직접 한 조사도 효력이 있나?
창업자의 자체 조사는 비공식 조사다. 특허청에 제출하는 공식 선행기술 조사 보고서는 변리사나 특허청이 작성한다. 그러나 출원 전 자체 조사는 전략 수립과 비용 절감에 직접 기여한다. 변리사에게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불필요한 출원을 줄일 수 있다.
Q. 경쟁사 특허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해당 특허가 유효한지(존속 기간, 등록 여부). 둘째, 내 제품이 청구항 범위에 들어가는지. 셋째, 해당 특허를 우회할 설계 변경이 가능한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변리사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경쟁사 특허의 존재가 곧 침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Q. 아직 초기 스테이지인데 선행기술 조사를 미뤄도 되나?
제품 개발 방향이 정해지는 시점부터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 출시 후에 경쟁사 특허 침해 사실을 알게 되면 제품 수정 비용이 출원 비용보다 훨씬 크다. 정부지원사업 심사에서도 IP 전략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이 늘고 있다. 조사를 빨리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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