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Pre-Series A 전환사채(CB) — 창업자가 협상해야 할 핵심 조건 3가지

2026.06.17·8·OPENSEED

Pre-Series A 투자자가 '전환사채(CB)로 들어가겠다'고 하면 창업자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금이 들어온다는 안도감, 그리고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CB 구조 자체는 단순하지 않지만, 세부 조건 하나가 시리즈 A 협상 테이블에서 창업자의 협상력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기도 한다. 이 글은 CB 개념 설명보다 협상 포인트에 집중한다. 계약서를 처음 받았을 때 어디를 먼저 읽어야 하는지, 어떤 조항이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지 짚는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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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ries A는 제품이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시리즈 A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구간이다.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거나 초기 트랙션이 나왔지만 기업가치를 확정하기 어렵다. 주식으로 투자하면 밸류에이션을 당장 정해야 하고, 그 숫자가 다음 라운드에서 족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 '지금은 밸류 논쟁을 미루고, 다음 라운드 기준으로 전환하자'는 합의를 CB 형태로 정리하는 일이 잦다.

창업자 입장에서 CB는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지분을 바로 내주지 않아도 되고, 밸류에이션 협상 없이 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CB 계약서 안에는 미래 라운드에서 창업자의 지분과 협상력을 제약하는 조항들이 들어 있다. 구조를 알고 서명하는 창업자와 모르고 서명하는 창업자의 결과는 시리즈 A 시점에 갈린다.

구분보통주 투자전환사채(CB)
밸류에이션 확정 시점투자 시점전환 시점(다음 라운드)
즉시 지분 희석있음없음(전환 전까지)
이자 발생없음있음(보통 연 2~5%)
만기 상환 의무없음있음(미전환 시)
계약 복잡도상대적으로 단순조건 협상 범위 넓음

즉시 지분 희석이 없다는 것이 CB의 대표적 장점이지만, 만기 상환 의무와 이자 부담이 생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환 시점에 어떤 조건이 적용되느냐'는 약정 내용이다. 이것이 아래에서 다룰 협상 포인트 3가지의 핵심이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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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가 주식으로 전환될 때 적용되는 가격을 전환가액이라고 한다. 전환가액이 주당 10,000원이면 1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는 10,000주를 받는다. 문제는 이 전환가액이 나중에 시리즈 A 밸류에이션보다 낮게 조정될 수 있는 조항, 즉 리픽싱(Refixing) 조항이다.

리픽싱은 크게 두 방식으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자동으로 내리는 하향 리픽싱이다. 시리즈 A 밸류에이션이 CB 발행 시점보다 낮게 책정되는 다운 라운드가 발생하면, CB 투자자는 더 많은 주식을 받는다. 창업자와 기존 주주의 지분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줄어든다. 두 번째는 할인율(Discount Rate)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음 라운드 전환가액에서 10~20%를 할인해 CB 투자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주는 구조다.

창업자가 협상에서 확보해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 리픽싱 하한선을 수치로 설정할 것(예: 최초 발행가의 70% 이상), 할인율 상한선을 계약서에 명시할 것(20% 초과는 재협상 필요), 그리고 상향 리픽싱 조항도 대칭적으로 포함할 것. 하향만 있고 상향이 없는 구조는 창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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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는 만기가 있는 부채다. 만기까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Pre-Series A CB의 만기는 보통 1년에서 3년 사이로 설정된다. 시리즈 A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만기 구조를 소홀히 다룬 창업자가 현금 흐름 위기에 직면한다.

협상에서 반드시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다. 만기 연장 옵션이 있는가, 투자자 동의 없이 연장이 가능한가, 조기 상환 청구권(Put Option)이 어떤 조건에서 발동되는가. 특히 조기 상환 청구권 트리거가 '경영 악화'나 '재무 지표 미달'처럼 모호한 표현에 연동되어 있으면, 투자자가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실무에서 자주 목격되는 위험한 패턴은 만기 2년에 조기 상환 청구권 조건이 광범위하게 설정된 경우다. 창업자는 이론상 2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개월 안에 상환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 계약서를 검토할 때 조기 상환 트리거 조건을 항목별로 열거하고, 각 항목이 창업자의 통제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기 구조 유형창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주의가 필요한 조건
만기 기간2년 이상 + 연장 옵션 포함1년 이하 또는 연장 불가
조기 상환 트리거구체적·객관적 수치 기준모호한 경영 판단 기준
이자 지급 방식만기 일시 지급분기·반기 현금 지급
전환 우선 조건투자자가 전환 선택 가능창업자가 전환 강제 불가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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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해당 투자자는 특정 종류의 우선주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우선주에 어떤 권리가 붙느냐가 창업자의 미래 협상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청산 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과 반희석 조항(Anti-Dilution)이다.

청산 우선권은 회사가 매각되거나 청산될 때 우선주 투자자가 보통주 주주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회수하는 구조다. 1배 비참여적(Non-Participating) 우선권은 투자금만 먼저 회수하는 방식으로 창업자에게 비교적 덜 불리하다. 반면 참여적(Participating) 우선권은 투자금을 먼저 회수한 뒤 남은 금액에서도 지분율만큼 추가로 가져간다. 이 차이는 엑싯 규모가 작을수록 창업자와 스톡옵션 보유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반희석 조항은 다운 라운드 시 CB 투자자의 지분 가치를 보호하는 장치다. 전체 가중평균(Broad-Based Weighted Average) 방식은 창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완전 래칫(Full Ratchet) 방식은 다운 라운드 발생 시 CB 투자자가 가장 낮은 전환가액으로 모든 주식을 전환받아 창업자 지분이 급격히 줄어든다. Pre-Series A 단계에서 완전 래칫 조항을 수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이 세 번째 협상 영역은 법률 전문가 없이 혼자 대응하기 가장 어렵다. 최소한 스타트업 투자계약 경험이 있는 변호사에게 청산 우선권 유형과 반희석 조항의 시나리오별 영향을 수치로 계산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숫자로 보면 조항의 의미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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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계약서를 받은 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아래 항목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하나라도 '모른다'는 답이 나오면 그것이 준비가 덜 된 지점이다.

  1. 전환가액이 명시되어 있고, 리픽싱 하한선이 수치로 표기되어 있는가?
  2. 할인율이 적용된다면 몇 퍼센트이며, 상한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가?
  3. 만기 기간이 몇 년이고, 창업자 또는 투자자 중 누가 연장을 결정하는가?
  4. 조기 상환 청구권 트리거 조건이 구체적인 수치 기준으로 나열되어 있는가?
  5. 이자는 만기 일시 지급인가, 중간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인가?
  6. 전환 시 받는 주식 종류가 무엇이며, 청산 우선권 유형(참여적·비참여적)이 명시되어 있는가?
  7. 반희석 조항이 있다면 가중평균 방식인지 완전 래칫 방식인지 확인했는가?
  8. 본 CB 발행이 기존 주주 간 계약(SHA)이나 정관과 충돌하는 조항이 없는가?
  9. 스타트업 투자계약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계약서 전체를 검토했는가?

9개 항목 중 7개 이상 '확인'이면 협상 준비가 된 상태다. 5개 미만이면 계약서 서명을 미루고 각 항목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투자자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확인을 미루는 창업자가 많지만, 이 단계의 질문은 투자자에게도 창업자의 사업 이해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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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CB와 SAFE 중 어떤 것이 창업자에게 더 유리한가? SAFE는 만기와 이자가 없어 현금 부담이 없고 구조가 단순하다. CB는 국내 법인에서 법적으로 검증된 도구이고 세무·회계 처리가 명확하다. 국내 VC·엔젤 생태계에서는 CB가 더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어떤 도구를 쓰든 세부 조건이 핵심이며, 도구 선택보다 조항 협상이 먼저다.

Q2. 투자자가 제시한 조건을 수정 요청하면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가? 협상은 계약 체결 전까지 당연한 과정이다. 합리적인 수정 요청을 거부하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함께 일하기 어려운 파트너일 가능성이 높다. 단, 수정 요청은 감정이 아닌 근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 조항은 다운 라운드 시 창업자 지분을 X%에서 Y%로 줄이는 효과가 있어서 수정을 제안합니다'처럼 수치 기반으로 접근하면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된다.

Q3. 법무법인 없이 혼자 CB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는가? 기본 조항의 의미는 공부로 파악할 수 있지만, 조항 간 상충 여부, 기존 정관·주주 간 계약과의 충돌, 시나리오별 수치 영향은 혼자 계산하기 어렵다. 시드 단계 법률 자문 비용을 아끼다가 시리즈 A에서 수억 원의 가치가 희석된 사례가 드물지 않다.

Q4. Pre-Series A CB 발행 후 시리즈 A가 늦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만기 안에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연장 조항이 없다면 창업자가 현금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계약 시점에 '시리즈 A 미완료 시 만기 자동 연장 1회' 조항을 넣거나, 연장에 대한 투자자 동의 요건을 완화하는 문구를 사전에 합의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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