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가이드

확장 안 되는 일부터 하라 — 사용자 0에서 100까지 손으로 만드는 초기 트랙션

2026.06.10·8·OPENSEED
멘토링 지식YC 멘토시장 분석가

MVP는 나왔는데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때 가장 흔한 실수가 광고를 켜고 자동화를 붙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 100명 전까지는 정반대로 가야 합니다. 손으로 한 명씩 섭외하고, 직접 온보딩하고, 한 채널만 깊게 파는 단계입니다. 이 글은 MVP 직후 트랙션이 0이거나 미미한 초기 창업자를 위해, 무엇이 진짜 트랙션으로 인정되는지와 0→100을 만드는 실행 순서를 정리합니다.

들어가며.

#왜 '확장 안 되는 일'부터 해야 하나

폴 그레이엄은 2013년 글 '확장 안 되는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에서 초기 창업자가 자주 빠지는 착각을 지적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사용자가 알아서 온다는 믿음입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초기엔 사용자를 손으로 직접 데려와야 합니다.

핵심은 '나중에 못 할 일을 지금 하라'입니다. 사용자 100만 명에게는 절대 못 할 행동을, 처음 100명에게는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명씩 찾아가 설득하고, 직접 설치해 주고, 옆에서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입니다. 비효율이 아니라 초기 단계의 정석입니다.

널리 알려진 사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뉴욕에서 직접 호스트 집을 문 두드려 찾아다녔고, 매물 사진이 부실하면 직접 가서 전문 사진을 찍어 줬습니다. 스트라이프 창업자들은 결제 연동을 써 보겠다는 사람에게 링크를 보내는 대신 '노트북 주세요'라며 그 자리에서 직접 깔아 줬습니다. 둘 다 손이 많이 가는, 확장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었습니다.

TIP
확장 안 되는 일은 '평생 할 일'이 아니라 '초기에만 할 일'입니다. 목적은 두 가지 — 첫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제품이 왜 안 쓰이는지를 가장 빠르게 배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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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션으로 '인정되는 것' vs '허세지표'

정부지원 사업과 IR에서 심사역이 보는 트랙션은 '얼마나 많이 봤나'가 아니라 '본 사람 중 몇이 실제로 행동했나'입니다. 노출·도달이 아니라 행동·반복·지불이 핵심입니다. 같은 숫자라도 아래 두 열은 무게가 다릅니다.

구분허세지표 (참고용)행동지표 (인정됨)
관심앱 다운로드 수, 페이지 노출가입 후 첫 핵심행동 완료율
참여SNS 팔로워, 좋아요주간·월간 재방문(리텐션)
수요대기 명단 등록 수유료 전환율, 결제 건수
지속누적 가입자 수30일 후 남아 있는 사용자 비율
고객 반응'좋아요'라는 칭찬돈을 냈거나 친구에게 추천한 행동

허세지표(vanity metric)는 늘 오른쪽 위로만 움직여 기분은 좋지만, 사업이 작동하는지는 거의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운로드 1만 건보다 '돈 내고 매주 다시 쓰는 30명'이 심사에서 더 강합니다. 후자는 수요가 진짜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주의
제출 서류에 '누적 가입 5,000명'만 적고 재방문·결제 데이터가 비어 있으면, 심사역은 '많이 모았는데 안 남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작아도 행동지표를 함께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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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은 1~2개만 골라 깊게 판다

가브리엘 와인버그와 저스틴 마레스의 책 '트랙션(Traction)'은 사용자를 모으는 통로를 19가지로 정리합니다. 콘텐츠, 검색광고, SEO, 입소문, 영업, 제휴, 오프라인 행사 등입니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초기엔 19개를 다 건드리지 말고, 가장 가능성 높은 1~2개에 화력을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한국 초기 창업자가 0→100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손댈 수 있는 채널은 보통 아래 다섯 묶음입니다. 광고처럼 돈이 드는 채널은 이 단계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채널 묶음무엇0→100 적합도주의점
콜드 아웃리치DM·이메일·전화로 직접 잠재고객 섭외높음받는 사람 맞춤화 필수, 스팸성 대량발송 금물
커뮤니티타깃이 모인 카톡방·디스코드·온라인 카페 참여높음홍보 글 도배 금지, 먼저 도움 주는 활동부터
오프라인 접촉행사·밋업·매장에서 얼굴 보고 권유중간대상이 한곳에 모이는 업종에 특히 유효
콘텐츠문제를 다루는 글·후기·영상으로 검색 유입중간효과가 느림, 100명 이후 더블다운에 적합
파트너십고객을 이미 가진 곳과 연결·제휴상황별의존도 과하면 채널 리스크, 검증용으로만

0→100 구간에서 가장 빠른 두 가지는 보통 콜드 아웃리치와 커뮤니티입니다. 둘 다 돈이 거의 안 들고, 한 명씩 대화하며 제품이 안 먹히는 이유를 곧장 들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와 SEO는 효과가 누적형이라, 사용자가 어느 정도 모인 뒤 깊게 파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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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 실행 플레이북

아래는 4주를 한 사이클로 본 예시입니다. 정답이 아니라 순서를 보여 주는 틀입니다. 핵심은 '모으기 → 직접 온보딩 → 듣기 → 한 채널 더블다운'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입니다.

  1. 1주차 — 수동 섭외: 타깃 30~50명 명단을 손으로 만들고, 채널 1개를 골라 맞춤 메시지로 직접 접촉합니다. 자동화·예약발송 금지, 한 명씩 보냅니다.
  2. 2주차 — 직접 온보딩: 가입자에게 링크만 던지지 말고 직접 깔아 주거나 화면을 같이 보며 첫 핵심행동까지 끌고 갑니다. 어디서 막히는지 옆에서 관찰합니다.
  3. 3주차 — 피드백 수집: 쓴 사람과 짧게라도 대화합니다. '왜 다시 안 왔는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칭찬보다 이탈 이유를 적습니다.
  4. 4주차 — 한 채널 더블다운: 반응이 가장 좋았던 채널 1개에 다음 사이클의 화력을 몰아줍니다. 효과 없는 채널은 과감히 접습니다.

사이클을 돌리는 동안 매주 두 숫자만 추적해도 충분합니다. (1) 이번 주 새로 핵심행동을 완료한 사람 수, (2) 지난주 사용자 중 이번 주에 다시 온 비율. 가입자 총합 같은 누적 숫자는 이 단계에서 굳이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체크
자동화·유료광고를 켤 시점은 보통 사용자 약 100명을 손으로 모으고, 재방문이 0이 아니라는 게 확인된 다음입니다. 남는 사용자가 없는 채널에 광고비를 부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셈입니다. 새는 구멍부터 막고 키우세요.

비용 대비 사용자가 얼마나 남는지(획득 비용 대비 가치)는 100명을 넘긴 뒤 본격적으로 따질 주제입니다. 단위경제(고객 획득 비용·생애가치)를 다룬 글을 따로 참고하세요. 0→100 구간은 '숫자 계산'보다 '직접 모으는 행동'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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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전 트랙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정부지원 사업이나 IR 자료를 내기 전에, 아래 항목으로 내 트랙션이 '행동의 증거'로 읽히는지 점검하세요. 절반 이상 비어 있다면, 서류를 다듬기보다 한 사이클 더 손으로 모으는 편이 낫습니다.

  1. 첫 사용자 100명을 어떤 채널로, 어떻게 모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2. 다운로드·노출이 아니라 '핵심행동 완료 수'를 숫자로 댈 수 있다.
  3. 30일 후 남는 사용자 비율(리텐션)을 알고 있다.
  4. 유료 전환이나 결제가 있다면 건수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5. 사용자가 왜 이탈했는지 직접 들은 이유를 2~3개 적을 수 있다.
  6. 집중한 채널이 1~2개로 명확하고, 왜 그 채널인지 근거가 있다.
  7. '재방문이 있다'는 것을 캡처·로그 등 증거로 보여 줄 수 있다.
TIP
심사역은 숫자의 크기보다 '이 팀이 고객을 직접 만나며 배우고 있는가'를 봅니다. 100명이라도 위 7개를 채우면, 막연한 1만 다운로드보다 설득력이 큽니다.
정리.

#자주 묻는 질문 (FAQ)

Q. 사용자가 아직 0명입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타깃 30~50명 명단을 손으로 만들고, 채널 1개로 한 명씩 직접 접촉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광고나 자동 발송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대화가 0→1을 만듭니다.

Q. 손으로 모으면 너무 느립니다. 광고로 빨리 채우면 안 되나요?

A. 재방문이 0인 상태에서 광고를 켜면 모은 사람이 그대로 새어 나갑니다. 광고는 '남는 게 확인된 구멍'을 키울 때 쓰는 도구입니다. 먼저 손으로 모으며 왜 안 남는지부터 고치세요.

Q. 트랙션이 거의 없는데 정부지원에 지원해도 되나요?

A. 됩니다. 다만 큰 숫자 대신 '행동의 증거'와 '배운 점'을 보여 주세요. 작은 표본이라도 핵심행동·재방문·이탈 사유를 정리하면, 실행력 있는 팀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Q. 채널을 여러 개 동시에 돌리면 더 빠르지 않나요?

A. 초기엔 보통 더 느립니다. 화력이 분산돼 어느 채널도 검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2개에 집중해 한 채널이라도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늘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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